정병원, 우즈벡 병원 설립 ''8부능선'' 넘고 잰걸음 문대통령 국빈방문 기간 현지 보건부와 협상 지속···구체적 조건 협의 중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순천의료재단 정병원이 우즈베키스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와 구체적인 진출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병원은 지난 4월 중순 의료봉사단을 구성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과대학(TMA)와 타슈켄트대학부속병원을 방문했다.
이는 타슈켄트대학병원에서 현지 환자에게 인공관절 무료수술을 시행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번 방문에는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2020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우즈벡 정병원(K-Uz CHUNG SHSS) 설립에 대해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정병원은 한국인 최초로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차관에 임명된 이동욱 차관을 비롯해 우즈벡 정부 관계자들과 연일 미팅을 가지며 우즈벡 정병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투자 규모 100억’ 종합병원 설립 합의, 관건은 방식
정병원은 4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외과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했고, 우즈벡 보건부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도 이뤘다.
우즈벡 샤프카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즈벡 보건부와 타슈켄트 진출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것이다.
MOA는 양해각서인 MOU 이후에 작성하게 되는 문서로 MOU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합의를 담고 있다.
당시 정병원은 보건부로부터 병원 설립을 위한 부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약속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병원은 2020년 개원을 목표로 총 사업비 100억원 규모의 우즈벡 정병원 설립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번 방문에서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고자 했다.
하지만, 우즈벡 보건부가 진출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계속적인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
우즈벡 보건부는 민관협력 방식인 PPP(Public-Private Partnership)에는 난색을 표했고, 이에 양 측은 보증금을 지급하는 이행보증(Performance Bond, PB)을 포함한 다양한 진출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정병원 정인화 원장은 이동욱 우즈벡 보건부차관과의 간담회에서 “우즈벡 부총리와 지난해 진출에 대한 협의를 하고 보건부 1차관을 만났는데 계약하고자 하는 내용이 이전에 논의했던 바와 달랐다”며 “이러한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동욱 차관은 “부총리와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조건은 우즈벡 재무부, 경제부에서 다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PPP가 아닌 PB 방식으로 한다면 보건부 담당 부서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정병원은 보건부 외에 우즈벡 내각과의 간담회도 진행했고 ‘정병원의 우즈벡 진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높아지는 정병원 진출 기대감···정부도 "지원" 약속
우즈벡 보건부와 간담회에서 병원 진출을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현지 진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과 협력 관계가 강화되면서 정병원의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20일 타슈켄트대학병원에서 개최된 정병원 나눔의료행사에서 김혜선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사업국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병원은 장애아치료지원협회를 창립해 무료수술을 진행하며 우즈벡 소외취약계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정병원이 타슈켄트시에 종합병원을 예정대로 건립해 우즈벡 국민건강을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정병원의 우즈벡 진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영찬 진흥원장은 “정병원은 우즈벡 국민들에게 한국의 의료를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진흥원은 우즈벡 보건부와 정병원이 추진하는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한국과 우즈벡의 보건의료분야 협력도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병원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현지 의료기관도 있다.
정병원이 이번에 무료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한 타슈켄트대학병원은 우즈벡 정병원이 설립될 경우, 현지 의료인의 연수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라지즈 투이치에프 타슈켄트대학 총장은 “정병원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은 분명 특별하고 미래가 있는 프로젝트”라며 “우즈벡 정병원이 설립되면 타슈켄트의과대학 의료진도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즈벡 정병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명철 정병원 명예원장은 “정병원이 설립되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교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슈켄트의과대학 의사들이 우즈벡 정병원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우즈벡 의료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인화 원장 “우즈벡 진출 큰 문제 없을 것이다”
정병원 정인화 원장[사진]은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에서 계약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향후 우즈벡 정병원 설립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즈벡 내각이 정병원의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한국 정부도 지원 방침을 밝혔으니, 구체적인 조건 합의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이번 출장에서 우즈벡 보건부와 마지막까지 조율을 했는데 확정적인 내용을 담기 보다는 ‘양 측이 우즈벡 정병원 설립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담았다”며 “아직 마무리된 상황은 아니지만 내각에 보고가 됐고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우즈벡 정병원 설립에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다. 정병원에 따르면, 우즈벡 보건부는 1000만 달러 규모의 재정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장은 “우즈벡 측에서는 ‘정병원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문서를 보내달라’고 한다”며 “환율을 계산하면 이는 110억원에서 120억원 정도 되는데 당초 우즈벡 정병원 사업비로 100억원 정도를 책정한 만큼 여력은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관련된 내용을 복지부에도 전달하며 지원을 요청했다”며 “우즈벡에서도 정병원의 진출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병원은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에서 당초 계획했던대로 우즈벡 정병원 설립에 대한 계약을 확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정병원의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구체적인 조건의 합의만 남겨두고 있는 점은 분명한 성과인 셈이다.
정 원장은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려는 것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한국이 어려울 때 선진국들로부터 받은 빚을 갚을 때가 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협상 전망은 긍정적이다. 정병원이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통해 한국의 선진의료기술 전수와 함께 우즈벡 과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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